Monday, January 19, 2015

20150119

제대 후 십오년 가까이 책상물림이었던 사람이 몸을 쓰는 일을 시작한 데다가, 종일 추운 곳에서 있다보니 늘 피곤하고 목도 아프다. 전에는 어지간해서는 욕조에 물을 받지 않고 샤워만 했는데 요즘은 매일같이 탕에 들어간다. 전 직장 일로 지난 토요일에 밤샘 근무를 하고는 제대로 몸살이 나서 꼬박 하루를 잠으로 보냈다.

아침에 수업하거나 운동하고, 오후에 비는 시간은 아이스댄스 패턴 외우고, 오후에 수업하고, 짬짬이 커리큘럼 공부하고 간단한 프로그램도 짜다보면 하루가 금방 지나간다. 하루 종일 스케이트만 타면 좋겠다고 생각한 적이 있었는데, 그것이 현실이 될 거라고는 그땐 미처 생각지 못했다.

수업 시작 전에 아이들이 나를 둘러싸고 장난을 걸기도 하고, 아예 귀속말로 '선생님 좋아'라고 말을 하기도 한다. 지도자는 학생과 친구가 되어야 한다는 덕목은 그럭저럭 해낸 것 같다.

기본기를 정확하게 구사할 것을 까다롭게 요구하면 아이들은 금방 싫증을 내고 집중도가 떨어진다. 적당한 선에서 밀고 당기는 기술이 필요할 것 같다. 

그동안 부츠 끈이 너무 길 경우에 부츠 뒤로 돌려서 묶어주곤 했는데, 그렇게 하면 발목을 누르는 데에 방해가 되므로 좋지 않으며, 고리를 이용해서 앞쪽에서 처리해야 한다는 것을 오늘 배웠다.

아직은 위치가 불안정하고 생활을 하기에 수입이 부족하지만 열심히 버티다보면 점차 나아지지 않을까 생각한다.

Saturday, January 10, 2015

방학특강 1기 수업 끝

2주 동안의 방학특강 1기 수업을 무사히 마쳤다. 월,수,금 오전 두 시간 짜리 수업과,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오후 한 시간 짜리를 한 반 씩 맡아서 했다. 처음에는 얼음에 들어가는 것조차 겁을 내던 아이도 있었는데, 2주 만에 많이 익숙해져서 마지막에는 술래잡기와 이어달리기를 즐길 만한 실력이 되었다.

활주를 익히는 데에 시간이 걸리다보니 2주차에는 새로운 것을 가르치기보다는 주로 복습을 했다. 후반이 되면 아이들이 지루해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 간단한 프로그램을 하나 짜서 아이들과 함께 해보았다. 음악에 맞추어 30초 정도의 시간 동안 전진 활주, 방향 전환, 앞뒤 항아리, 두 발 점프, 걷기 스핀 등의 요소를 넣었다. 연기를 마친 후에는 가운데로 가서 인사하는 것까지 알려주었다. 단체 수업에서 프로그램을 짠다는 것은 드문 일이기는 한데, 과천 아이스링크의 변성진 선생님께서 성인 단체반을 맡으셨을 때 발표회를 하신 적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참고가 되었다. 스케이트 수업을 계속 들어서 무급 대회라도 나가는 아이들은 사람들 앞에서 연기를 할 수 있겠지만, 이번 수업이 처음이자 마지막이 될 지 모르는 아이들에게도 기회를 주고 싶었다. 또한, 걸음마를 배운 아이들에게 피겨 스케이트의 맛을 보여주고 자기 취향에 맞는지 알아볼 수 있는 시간이자 추억거리가 되도록 하고 싶었다.

다음 주에는 2기 수업이 시작되는데, 처음부터 배우는 것이 아니라 1기 수업이 이어진다. 1기에 나에게 배운 아이들 중에 반 정도는 2기에 등록을 했다. 그새 정이 들어버린 아이들과 작별하는 것이 아쉬웠는데 좀 더 만날 수 있게 됐다. 어머니들 중에 내가 계속 가르치는 것인지 물어보시고, 내가 가르쳤으면 좋겠다고 하시는 분이 여럿 있었다. 아직 스케줄이 정해지지 않아서 대답을 드리지는 못했지만, 정성을 다해서 가르친 보람을 느꼈다.

블로그에 이력서 페이지를 만들어서 걸어두었다. 사실 첫 주 수업을 시작하자마자, 동호인 출신의 강사가 수업을 진행한다는 것에 대해 불만을 표하는 전화가 걸려온 적이 있었다. 그로 인해, 개인 레슨을 하거나 방학특강 이후에 계속 일할 수 있을지 아직 불투명한 상황이다. 아이스링크 홈페이지에는 강사들의 이력사항이 제대로 올라가있지 않을 뿐 아니라, 나는 이름조차 찾을 수 없다. 학부모 입장에서는 자기 아이를 가르치는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알고 싶을 것이고 인터넷에서 검색해볼 수 있다. 경력이 길고 유명 선수를 가르쳤거나 자신이 선수 생활을 거쳤던 강사에 대한 정보는 상대적으로 많겠지만, 내 경우는 그렇지 않기 때문에 스스로 정보를 생산하는 것이 좋겠다는 결론을 내렸고 그에 따라 이력서를 올리게 되었다. 화려하기보다는 내실있는 이력을 채워가도록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