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천 링크에서 경기하는 모습을 처음 보았던 주니어 시절의 김연아 선수가 시니어에 데뷔하고 마지막 경기까지 치루는 것을 지켜보았으니 나의 피겨 인생의 전반부는 그녀와 함께, 그리고 그녀를 응원하는 피겨 팬들과 함께 시작한 셈이다.
커뮤니티에 처음으로 나갔을 때 어느 선수가 가장 좋냐는 질문에 카롤리나 코스트너라고 대답했던 기억도 난다. 그 모임에서 처음 영상으로 보았던 여러 선수들 가운데서 가장 인상에 남았던 모양이다.
그리고, 아사다 마오. 연아의 숙적임에도 미워할 수 없어서 남몰래 응원하고 좋아했던 여린 소녀.
세 선수 모두 마지막 경기를 치루는 것을 지켜보니 한 시대가 저물어가는 모습을 바라보는 기분이 든다. 판정의 공정성은 아쉽지만 신예에게 메달이 돌아가는 것 또한 새로운 시대를 예고하는 한편의 서사시와 같은 느낌이랄까.
나에게 스케이트는 더 이상 취미라고 할 수 없는 것이 되어버렸으니 다음 시즌에는 이름도 대사도 없는 배역 하나를 얻어 새로운 시대를 가까이에서 지켜보면서, 그 다음 시대의 주인공을 꿈꾸는 아이들에게 김연아에 대한 전설을 들려줄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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