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직장에 출근한 지 일주일이 되었다. 어린이를 대상으로 하는 스포츠센터로, 수영, 스케이트, 골프를 위한 시설과 강사가 있는 곳이다. 나는 피겨 스케이팅을 가르치며, 평일은 점심 무렵부터 밤 열 시까지, 토요일은 아침부터 오후까지, 주 6일 전일제로 일한다. 그리고, 월말에 수업이 없는 날은 쉴 가능성이 있다.
스케이트 링크를 피겨/스피드와 아이스하키가 번갈아 사용하기 때문에, 내가 하루에 수업을 할 수 있는 시간은 최대 4시간이다. 한 시간 수업 때 맡는 학생은 최대 4명. 지금까지는 개장 준비 작업을 주로 했고, 실제 피겨 수업은 다음 주에나 시작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링크의 규격은 20m * 8m, 바닥은 얼음이 아니라 플라스틱 재질이다. 스케이트를 타면 바닥 표면이 깎여나가면서, 바닥재에 포함되어 있던 기름기가 조금씩 배어나와서 스케이트를 미끄러지게 한다.
일단 얼음에 비해 미끄러짐이 덜한데, 그것은 단점이자 장점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얼음에 처음 올라서면 어쩔 줄 몰라하고 겁을 먹는 아이들이 많은데, 이곳에서는 편안하게 서있을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반면, 빙판에 익숙해진 아이들이 이곳으로 처음 오면 스케이트가 잘 나가지 않아서 적잖이 당황하고 실망할 수 있을 것 같다. 나름의 즐거움을 찾는다든지, 파워를 기르는 훈련으로 받아들인다면 그리 나쁘지 않을 것 같다. 인라인 피겨 스케이트와 약간 비슷한 느낌도 있어, 내게는 유리하게 작용할 것 같다.
블레이드가 빨리 마모된다. 연마기를 비치할 계획이라고 하는데, 아마도 내가 직접 아이들의 스케이트날 연마를 해주게 될 것 같다.
일반 링크에 비해 규모가 작지만, 일반 링크에서도 피겨 수업이 여러 팀 있을 때에 강사 한 명이 사용하는 공간은 그리 넓지 않고, 이곳은 스케이트가 잘 안 나가는 만큼 상대적으로 넓어지는 효과가 있고, 학생 수도 적기 때문에 오히려 더 쾌적하게 수업을 할 수도 있을 것 같다.
갑자기 공간을 침범하는 일반 입장객도 없고, 소음에 가까운 배경 음악 때문에 목을 혹사시킬 필요도 없고, 냉동창고 같은 추위에 벌벌 떨지 않아도 되니, 가르치는 입장이나 배우는 입장에서 나름대로 좋은 선택이 될 수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든다. 개인 레슨 수강생(의 학부모)에게서 일일이 수강료를 걷어서 링크에 사용료를 떼어주는 귀찮은 일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점도 마음에 든다. 물론 이렇게 긍정적인 생각만 가진 것은 아니고, 자유롭게 지내다가 오랜만에 직장생활로 돌아가니 답답하고, 마음도 편치 않다. 그래도 난생 처음으로 하키 스틱도 잡아보고, 골프채도 휘둘러보는 즐거움도 있었다.
이곳에 있는 동안은 가르치는 것 외에 별도로 운동하는 시간은 많이 내지 못할 것 같다. 스케이트를 타는 것은, 평일에는 오전에 대관을 타지 않는 한 불가하고, 토요일 밤 잠실이나 일요일 저녁의 아이스댄스 대관에 참석할 수는 있다. 그래서 평일 중에 오전에 시간을 낼 수 있는 수요일과 금요일에 각각 클라이밍과 발레를 한 시간 씩 할까 싶다. 직장 근처 도서관의 요가 수업을 듣거나 대형마트 문화센터에서 악기를 배워볼까하는 생각도 했지만, 러시 아워에 시달리는 것이 두렵기도 하고 너무 빡빡한 스케줄을 소화하다보면 지칠 것 같기도 하다. 스케이트 실력이 한참 늘던 중에 중단하게 되어 아쉽기는 하지만, 재정이나 건강을 위해서는 일을 하면서 운동을 쉬는 것도 나쁘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그보다도, 가족과 만나는 시간이 짤막짤막해지는 것이 더 걱정이다.
지난 사흘 동안 무릎이 아프거나 불편했던 기억이 없다. 몇 시간 전 저녁에 지상에서 싱글 점프 연습을 종류별로 한두번 씩 해보았는데, 하는 도중에도 아프지 않았고, 귀가할 때 지하철역에서 집까지 가는 동안에도 별다른 느낌이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