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르치는 입장이 되고 보니, 전에는 이해하지 못했던 것들이 이해되기도 하고, 당연한 얘기를 해주고 싶어서 입이 근질근질해도 다물고 있어야 하는 때도 많다.
- 대여화를 신고 피겨 스케이팅를 배울 수는 없다(하지만 강사는 장비 구입을 강요해서는 안 되므로 침묵).
- 주1회 50분 정규반 수업만 듣고 가면 실력이 잘 늘지 않는다(하지만 개인 레슨을 권유해서는 안 되므로 침묵).
- 정규반 수업은 정규 분포의 가운데를 바라보고 진행한다. 나머지 회원은 개인 레슨을 받든지 그만두는 게 경제적일 수도 있다. (침묵)
- 제한된 시간 동안 한 번이라도 더 연습할 기회를 주고 싶지만, 앞 사람과 간격이 가까울수록 부딪힐 위험이 커지므로 안전을 위해서는 서서 차례를 기다리는 시간이 길어질 수 밖에 없다.
- 그렇다고 남아서 연습하면 실력이 느는가 하면,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역효과가 날 위험도 크다. (그렇다고 연습하지 말고 집에 가라고는... 침묵)
- 내가 안전 근무를 설 때 고깔 밖에서 후진이나 스핀을 연습한다든지 헬멧을 쓰지않는 걸 보고 있으면 뜯어말리고 싶어진다. (사고가 나면 나도 곤란하다)
- 건강 증진의 관점에서는 초급반에서 배우는 걷기와 항아리(=swizzle=모래시계), 밀기가 최고의 운동일지도 모른다.
- 대강을 하거나 반이 바뀌어서 나와 처음 만나는 아이들 중에는, 수업 시작 때 걷기를 시키면 '왜 그렇게 쉬운 걸 나에게 시키나'하는 생각이 얼굴에 드러나기도 한다. 스스로는 잘 탄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렇게 반응하는 것인데, 정작 다른 걸 시켜보면 잘 못 탄다. 오히려 쉬운 걸 시켜도 정성껏 하는 아이들이 좀 더 어려운 것도 잘 한다.
- 직선에서 중립으로 후진 출발을 못하는 사람이 후진으로 에지를 연속으로 쓸 수 있을까?
- 수업 중에 수업 내용과 관련 없는 잡담을 하는 사람은 실력이 늘지 않는다.
- 한 반 내에서 실력 차에 따라 그룹을 나눠서 수업을 하다보면, 자기 아이가 실력에 비해 못 타는 아이들 그룹에 속해 있는 것을 보고 조바심을 내는 보호자가 간혹 있다. 느긋하게 지켜보고, 수업 마친 후에 상의하는 것이 좋다.
- 내 수업 시간 외에는 될 수 있으면 기술적인 조언을 하지 않으려고 한다. 먼저 물어오거나, 보고 있기에 너무 답답하면 조언할 때도 있긴 하다. 특히, 다른 선생님에게 개인 레슨을 듣고 있는 회원이 연습하다가 나에게 질문을 해오면 난처하다. 자칫하면 오해가 생길 수도 있으니. (대답을 안 해주니 섭섭하게 여길 지도 모르겠지만, 알려주기 싫어서 그런 건 아니란다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