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dnesday, September 27, 2017

열흘 전 쯤에 한승종 선생님께서 캐나다로 돌아가셨다. 출국을 앞두고 저녁 식사를 함께 했다.

수업할 때 댄스화와 번갈아 신던 싱글용 스케이트(리스포트 RF2 슈퍼 + 코로네이션 에이스)를 한 달 전에 팔았다. 구입한 사람은 내게 개인레슨을 듣는 남자 수강생인데, 기존에 신던 부츠가 무너져서 발목 통증이 심하다고 했다. 새 장비를 사면 돈이 많이 들기 때문에 한동안 수업을 쉬어야 한다는 것이 안타까워서, 내 스케이트를 싸게 넘겼다. 이제는 통증이 없어져서 다음 달부터 수업에 복귀하겠다고 하니, 서로에게 잘 된 일이다. 무너진 부츠에 달려있던 블레이드는 또 다른 수강생에게 물려줘서, 그 학생도 스핀과 점프 연습을 본격적으로 할 수 있게 되었다. 두 사람에게 도움을 주어 뿌듯하다. 작아서 신지 않던, 또다른 싱글 스케이트도 얼마 전에 새 주인을 찾아갔다.

주말 아르바이트생들 덕분에, 7월 중순 이후로는 주말 오전에 정규반 두 시간만 하고 오후에 안전 근무를 하지 않는다. 때마침 개인 레슨 수강생도 몇 명 늘었다. 월~금요일에는 여전히 개인레슨을 하지 않는다.

다음 달에 춘천에서 열리는 생활체육대회에 제자 한 명을 내보내기로 했다. 정규반만 듣다가 이번 달에 개인레슨을 시작했고 전진 크로스오버조차 능숙하지 않지만 발전 가능성이 많아 보이기에, 적당한 시기에 흥미를 키우고 기초를 연습할 계기를 마련해주고자 참가를 권했다. 내가 대회에 따라가야 할지에 대해 고민을 좀 했는데, 가지 않는 것으로 결론을 냈다. 그랬다가는 강사의 평판이 나빠질 수 있다는 얘기를 들었지만, 내 수강생들이 나를 어떻게 평가하는지만 생각하려고 한다. 한 사람을 위해 다수의 수강생에게 불편을 끼치고 싶지 않고, 부모에게 출장비 부담을 지우고 싶지도 않다.

지난 일요일에 서울에서 열린 급수시험에 제자 두 명이 가서 초급을 따왔다. 나는 수업을 하느라 가지 못했다. 학생들에게 애교 섞인 원망을 들었다.

오늘 정규반 수업을 하러 갔더니, 예전에 나에게 정규반 수업을 들었던 학생이 내일 급수시험이 있다고 귀띰해주었다. 화가 난 것을 숨기느라, 그 학생에게 시험을 치는지 물어보거나 잘 하라고 격려해주지 못했다. 제자들이 자기가 다니는 링크에서 나흘 뒤에 시험이 열리는 줄도 모르고 다른 곳에 다녀오게 만든 선생은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다.

빙상연맹 홈페이지에 공지도 하지 않고, 스케이트장에 써붙이지도 않고, 심지어 링크 소속 강사에게조차 알리지 않고 급수시험이 매번 치뤄진다. 그래도, 지난 번에 심판 얼굴을 보고서야 시험날인 줄 알았던 것에 비하면 이번에는 하루 전에 알았으니 발전한 셈이다.

연마실 일은 이달까지만 하기로 했다. 스케이트 날 가는 일은 재미있지만, 이제는 내가 없어도 연마실 운영에 지장이 없다. 책 쓰는 일에 시간이 필요하다.

이번 금요일부터 8일 동안 정규반 수업이 없지만, 금요일은 학교 단체가 하나 있고(정규반 없는 날의 단체 손님은 늘 나의 몫) 토요일은 개인 레슨 보강이 있어 출근한다. 토요일에 성인을 위한 원포인트 레슨을 하기로 했다.

추석을 앞두고 개인 레슨 수강생들에게 운동복을 선물했다. 감사의 표시이기도 하지만, 수강생들이 소속감을 갖기를 바라는 마음도 있고, 외부인에게 팀으로 인식되기를 바라는 의도도 있다. 수업 일정 공유와 공지 사항 전달을 위해 개설한 밴드에서 제공하는 투표 기능을 이용해 사이즈를 조사했다.

Friday, September 8, 2017

고혹적인 맹렬함

주니어 그랑프리 컵 오브 오스트리아 2017에서 임은수 선수의 프리 스케이팅을 감명 깊게 보았다. 눈빛, 손짓, 머리와 어깨로 이어지는 인트로부터 고혹적이다. 해설자가 어떤 점을 가리켜 'aggressive'라고 말한 것인지 정확히 모르겠으나, 점프를 향해 달려가는 스피드와 기울기에서 맹렬함을 느꼈으리라. 또한, 'lovely body lines'라는 말대로, 인사를 하는 모습을 클로즈업해 촬영한 토르소는 마치 발레리나와 같았다.


이 선수와 지도자에게 경외심을 느끼는 한편으로, 내 모습을 대입해보게 된다. 그 환상 속에서 내가 서있는 장소는 빙판 위가 아닌, 링크사이드이다. 자아정체성의 변화를 느껴서 재미있기는 하지만, 세계대회는 커녕 전국대회나 지역대회에 내보낼 선수조차 하나 없는 나에게는 한낱 단꿈에 불과하다.

감당할 수 없는, 너무 큰 꿈을 꾸는 것은 두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