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니어 그랑프리 컵 오브 오스트리아 2017에서 임은수 선수의 프리 스케이팅을 감명 깊게 보았다. 눈빛, 손짓, 머리와 어깨로 이어지는 인트로부터 고혹적이다. 해설자가 어떤 점을 가리켜 'aggressive'라고 말한 것인지 정확히 모르겠으나, 점프를 향해 달려가는 스피드와 기울기에서 맹렬함을 느꼈으리라. 또한, 'lovely body lines'라는 말대로, 인사를 하는 모습을 클로즈업해 촬영한 토르소는 마치 발레리나와 같았다.
이 선수와 지도자에게 경외심을 느끼는 한편으로, 내 모습을 대입해보게 된다. 그 환상 속에서 내가 서있는 장소는 빙판 위가 아닌, 링크사이드이다. 자아정체성의 변화를 느껴서 재미있기는 하지만, 세계대회는 커녕 전국대회나 지역대회에 내보낼 선수조차 하나 없는 나에게는 한낱 단꿈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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