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turday, December 30, 2017

고용 승계

피겨 스케이팅을 가르쳐서 돈을 벌기 시작한지 만 3년이 되었다. 직장의료보험에서 지역의료보험으로 전환한 지도 딱 그만큼 되었고, 더 이상 연말정산을 하지 않고 5월에 종합소득세만 신고한다. 시간강사로 일해서 받은 월급과 개인레슨 수업료가 주수입원이다. IT 쪽 일에서 부수입이 없었다면 1년을 버티기도 힘들었을 것이다.

스케이트를 가르치면 여유 시간이 많아서 다른 일을 하기에 좋을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막상 일해보니 쉽지 않다. 근무 시간에 비해 통근과 휴게 시간이 길고, 체력 소모가 심하다.

취미를 직업으로 삼는 것에 대해 많은 고민을 했고, 요즘도 가끔 생각한다. 몸이 스케이트장에 있지 않더라도 종종 스케이트와 관련된 일을 하거나 생각을 하는 내 모습을 보면서, 이것을 직업으로 삼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그렇지만 요즘 들어 마음 고생이 많았다. 고용 승계에 대한 불안감도 있고, 다른 강사의 언행으로 인해 감정이 상하기도 했다.

새로 운영을 맡은 회사의 임원이 시간 강사들과 처음 대면한 자리에서 '정규반에서 가르쳐 놓으면 OOO가 독점하고 있는 선수 대관으로 올려보내는 체제'를 지적하며 변화를 예고했다. 그러나 지금 당장은 변화가 오지 않았다. 1월에 하기로 약속했던 평일 개인 레슨을 모두 취소했다. 새 회사에서는 '기득권'을 청산하고 부조리를 바로잡겠다는 신호를 계속 보내고 있다.

앞으로 1년 더 일할 수 있게 된 것에 감사하며 잠을 청해야겠다.

Sunday, December 17, 2017

2017-12-17

부산에 지원한 건은 서류 탈락 처리되었다. 이전 근무처의 경력증명서를 떼기가 번거로와서 최근 것만 첨부했더니, 전일제가 아니므로 주당 40시간을 기준으로 비율을 따져서 경력으로 인정된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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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 icoachskating.com에 종종 접속한다. 비회원에게 공개된 텍스트만 볼 수 있지만, 그것으로도 도움이 된다. 어제 읽은 기사는 악셀 점프에 관한 것인데, 도입 시 피벗이 일어나는 것이 올바른 것인지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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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제 목동에서 서울시 생활체육 피겨 대회가 있었는데, 초급 대학부와 성인부 각 4명, 1급 성인부 5명이 선수 명단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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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급 선수의 경기 영상에서 흥미로운 점을 발견했다. 이 선수는 모든 점프의 도입 직전 쓰리 턴에서부터 특유의 팔동작을 취한다. 선수 개인의 버릇인지 아니면 특정 지도자의 가르침인지, 어떤 이유에서 그렇게 하는 것이고 장단점이 무엇인지 궁금하다.


Thursday, December 7, 2017

김칫국

최근 몇 년 간 일자리를 전전하며 깨닫게 된 점이 두 가지 있다. 첫째는 구인공고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조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감을 잡을 수 있다는 것이고, 둘째는 지원서를 갖추는 과정에서 자신에 대해 객관적으로 돌아볼 수 있다는 것이다. 이번에 찾은 강사모집 공고(부산광역시 북구 공고 제2017-1210호)를 통해 새롭게 알게 되거나 느낀 점을 적어둔다. '떡 줄 사람은 생각도 않는데 김칫국부터 마신다'는 말에 꼭 들어맞는 글이다.

20대 때는 일을 조금 해보다가 맞지 않으면 그만두고 다른 일을 찾으면 된다고 생각했지만, 이제는 그럴 수가 없다. 지금 내리는 결정이 남은 인생 전부와 아이의 장래까지 좌우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고민이 깊어지는 것이 당연하다.

임기제 공무원


이번에 모집하는 것은 임기제 공무원이다. 계약기간이 3년이고, 총 5년 범위 내 연장 가능하다. 임기제 공무원이라는 것을 처음 알게 되어서 기사를 찾아보니, 정규직으로 분류되지만 실상은 비정규직과 비슷한 것 같다. 어쩌면 현재 근무 중인 직원이 계약 연장을 위해 이번에 응시할 지도 모르겠다.

임기제 공무원의 안정성이 떨어지기는 해도, 피겨 강사를 시작한 이래 단시간근로자나 프리랜서, 혹은 무직자로 살아온 것에 비하면 아주 매력적이다.

업무


임용분야는 빙상지도강사인데, 임용등급은 공업7급, 시설8급, 시설9급의 세 등급이다. 7급의 주요업무는 프로그램 운영 기획, 홍보, 대관과 단체이용객 유치 관리, 프리랜서 강사 운영 등이다. 강습을 직접 하는 것은 8급과 9급인데, 8급은 강습 프로그램 개발, 운영 업무가 있고, 9급은 안전 관리도 담당한다.

전임강사는 쇼트 트랙만 뽑고 피겨를 뽑지 않는 곳을 보았는데, 이번 모집 요강에서 그런 내용은 찾지 못했다. 실제로는 쇼트 트랙을 원할지도 모른다. 피겨 강사들은 대체로 개인레슨을 하는 것이 훨씬 돈을 많이 벌기 때문에 전임강사에 지원하지 않는 것이 아닐까, 그래서 아예 뽑지 않는 경우가 많은 것이 아닐까하는 생각도 든다.

내가 어떤 일을 하고 싶고, 어떤 일을 하고 싶지 않은지 생각해보았다. 피겨 스케이팅을 가르치고 싶고, 학교 단체 수업과 대관 관리는 썩 내키지 않으며, 프리랜서 강사 운영과 안전 근무는 피하고 싶다. 따라서 8급이 적당하다.

전임강사는 개인레슨을 하지 못할 것이므로, 피겨 기초만 가르치고 그 이상의 기술을 가르칠 기회를 갖지 못하게 되지 않을까 하는 점이 마음에 걸린다. 낮은 수준의 수업만 하다보면 업무 만족도가 떨어지기도 하거니와, 계속 가르치고 시범을 보여야 스스로 발전한다. 발전을 멈추면 경쟁에서 도태될 위험도 있지만, 그러기 전에 내가 권태를 이기지 못하고 그만두거나 마지못해 다니게 될 지 모른다.

보수


보수는 각각 7급, 8급, 9급 상당으로 상한액과 하한액이 정해져있는데, 하한에서 시작해서 연차에 따라 상한까지 올려받는 것으로 보인다. 9급은 하한액이 없는 것으로 보아, 시간선택임기제를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지난 1월에 쇼트트랙 프리랜서 강사를 모집한 적이 있는데, 보수는 시간제 프리랜서 강사가 자체 모집한 강습회원으로부터 징구한 강습료로 충당한다고 되어 있다(제 2017-1호).

8급의 보수는 지금 버는 것보다는 많지만, 자리를 옮기지 않는다 해도 내년에 그 정도를 벌 수 있을 것 같다. IT 업계에 있을 때에 비해서는 여전히 적지만, 과거에 받았던 금액과 비교하면 안 될 것 같고, 만약 내가 IT 업계로 복귀한다면 얼마나 받을 수 있을 것인지와 비교해야 할 것 같다. 오랫동안 떠나있었고 나이도 많아졌으니 복귀 자체가 힘들 수도 있다.

자격증


이번 공고에는 "생활체육지도사 2급(빙상분야) 이상 또는 경기지도사 2급(빙상분야) 이상"의 자격증을 요구한다고 되어 있어 오해의 소지가 있다. 지난 번 프리랜서 강사 모집에서는 "생활스포츠지도사 2급 빙상(구,생활체육지도자 3급) 이상 또는 전문스포츠지도사 2급 빙상 (구,경기지도자 2급) 이상"이라고 정확히 나와있다.

경력


7급, 8급, 9급에 지원하기 위한 경력기간은 각각 1~3년 이상, 1~2년 이상, 1년 이상이다. 내가 지금까지 세 곳에서 일한 기간을 모두 합치니 2년이 조금 넘는다. 실제 일한 기간만큼 경력증명서를 받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 건강보험 가입기간 전체에 대한 자격득실확인서를 첨부하라고 해서 떼어보니, 내가 어떻게 살아왔는지가 종이 한 장에 나타난다. 그러나, 지난 3년간 스케이트 강사로 살아온 이력은 전혀 드러나지 않는다.

평판조회가 있을지도 모르겠다. 이곳에서 1년 반 동안 누구보다도 성실히 일했다고 자부한다. 12월에 근로 계약이 종료되는 데다, 사업자가 바뀌는 시기이기도 하고, 다른 일자리를 알아보는 것에 대해 떳떳하지 못할 이유는 전혀 없다.

우편 접수


다행히 우편 접수를 받는다고 하여 우체국에 다녀왔다. 전형료를 통상환으로 보내고 받은 증서와, 응시표를 되돌려받기 위해 등기우표를 붙인 소봉투를 첨부해서 담당부서 앞으로 빠른 등기로 보냈다.

그 다음 수


한치 앞도 내다볼 수 없지만, 그래도 계획은 세워둬야 한다.

응시하기는 했지만, 지금 있는 곳에서 떠나겠다고 결정한 것은 아니다. 지금 가르치는 제자들과 헤어지고 싶지는 않다. 계속 생각해보고, 가능하다면 새로 들어오는 사업자와 협상도 하면서 최선의 길을 선택하려고 한다.

만약 부산으로 내려간다면 전임으로 몇 년 일하다가 프리랜서로 전향해도 되지 않을까하는 생각도 든다. 프리랜서가 되려면 경력 3년에 부산 거주 2년 조건이 붙어 있어서, 수도권에서 계속 일하면 갈 수가 없다. 물론 부산이나 인근 지역에 다른 빙상장도 있지만, 이곳이 가장 가깝고 일하기 좋을 것 같아 보인다.

왜 글을 쓰는가


성인이 피겨 스케이트를 배워서 강사가 된다는 것은 그리 쉽지 않다. 배움의 과정도 길고, 취업문도 좁은데다, 기존에 갖고 있던 직업에 비해 우위를 갖기 힘들기 때문이다. 내가 지금까지 보았던 수많은 동호인 중에 강사 자격증을 딴 사람은 10%도 되지 않고, 그중에서 실제로 일을 하는 사람도 드물고, 그중에서 2년 이상 지속하는 경우도 적다.

선수 출신이 아닌 강사가 선수 출신과 똑같은 커리어 패스를 걷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러나, 자신에게 맞는 계획과 전략으로 임한다면 어느 정도의 직업적인 성취를 이룰 수 있을 것이다. 개인적인 일을 시시콜콜 써서 공개하는 것이 현명하지 못한 일일 수도 있겠지만, 누군가는 이 글을 참고로 삼을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처절한 실패로 끝나더라도, 최소한 타산지석으로 삼을 수는 있을 것이다.

Wednesday, December 6, 2017

롱 패딩

올겨울은 롱 패딩이 유행이다. 몇년 전에 GAP에서 산 파란색 패딩을 아직 잘 입고 있고, 그외에도 점퍼나 코트가 여러 벌 있지만, 일할 때나 외출할 때 입을 패딩이 하나쯤 더 있었으면 했다. 비싼 돈을 주고 유행을 쫓는 것이 싫기도 하고, 동물의 털을 뽑는 것이 미안하기도 했지만, 결국 아디다스에 걸려있는 카키색 롱 패딩의 미묘한 예쁨에 카드를 꺼냈다.

1년 전에도 그랬던 것처럼, 연말에 시간강사 계약이 종료됨을 알리는 통지를 받았다. 내년부터 빙상장을 운영할 사업자가 정해졌다고 하니, 여기서 계속 일하더라도 시 체육회와 계약을 하게 되지는 않을 것 같다. 겨울방학특강에 대해서는 아직 소식이 없다.

오랜만에 구인구직 사이트에 들어가보았더니, 부산에서 7~9급 임기제 공무원 자격의 강사를 뽑는다는 공고가 있다. 직급에 따라 담당 업무에 차이가 있고, 요구하는 경력 기간도 다르다. 한번 넣어나 볼까하고 서류를 챙기고 있자니 너무너무 귀찮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