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ursday, March 22, 2018

아이, 토냐

토냐 하딩을 다룬 영화 <아이, 토냐>를 보러 극장을 찾았다. 이 영화를 저녁 시간에 상영하는 곳을 Daum 영화에서 찾아보니, 수도권을 통틀어 딱 한 군데가 있었다. 인천에 있는 '영화공간 주안'이다. 정규반 수업을 마치고 퇴근해서 지하철을 타고 주안역에 도착하니 일곱 시가 채 되지 않았다. 인천사랑병원 옆에 있는 할매순대국에서 저녁을 먹고 극장으로 올라갔다.

영화공간 주안

영화공간 주안은 네 개의 상영관에서 다양성 영화를 틀어주는 곳이다. 수요일은 문화가 있는 날이라 하여 5천원에 티켓을 끊었다. 영수증을 발급한 학산문화원은 인천광역시와 남구의 지원을 받는 것으로 보인다. 상영을 기다리는 동안 음료를 마시며, 책꽂이에서 꺼내온 영화잡지를 펼쳤다. 전날 관람한 <쓰리 빌보드>의 주인공 프랜시스 맥도먼드에 관한 기사를 읽었다. <아이, 토냐>를 틀어준 상영관에는 나를 포함해서 손님이 두 명 있었다.

씨네21 No.1146

<아이, 토냐>는 영상 인터뷰 형식으로 토냐 하딩의 어린 시절에서부터 은퇴 이후까지를 따라가며, 낸시 캐리건 청부폭행 사건에 대한 엇갈린 주장을 다룬다. 영화 속 피겨 경기 장면인지라 카메라 앵글과 동선도 현란해서, 평상시에 보던 피겨 경기 중계와는 느낌이 사뭇 달랐다. 요즘 들어 피겨 경기 중계에도 영화 촬영 기법이 도입되기는 했지만, 컴퓨터 그래픽을 활용하여 대역의 몸에 배우의 얼굴을 붙이기까지 한 영화와 비교할 바는 아니다. 그 와중에도 나는 자동적으로 러츠와 악셀의 회전수를 세고 있었다. 엔딩 크레딧에 삽입된 토냐 하딩의 실제 경기 장면이 여운을 남긴다.

Tuesday, March 20, 2018

몇 가지 가설

운동에 대해 갖고 있는 생각을 적어둔다. 어디선가 주워들은 것일 수도 있고, 스스로 생각해서 얻은 것일 수도 있다. 옳을 수도 있고 틀릴 수도 있다. 시간이 지나면 생각이 달라질 수도 있을 것이다.

* 나머지의 모든 조건이 같다고 할 때, 협응력이 높은 쪽이 더 큰 힘을 낼 수 있을 것이다. 이소룡이나 유대경(DK YOO)을 보면서 드는 생각. http://newspeppermint.com/2014/06/04/punch/

* 상대적으로 잠재적 협응력이 높은 체질, 잠재적 근력이 높은 체질이 존재한다고 가정하자. 아무리 운동해도 근력을 키우기 힘들다면, 협응력을 높임으로써 부족한 근력을 어느 정도 보완할 수 있지 않을까. 역으로, 협응력을 키우는 데 한계가 있는 사람은 근력을 키워서 보완할 수 있을 것이다. 피겨 선수들의 스타일이 제각각인 것은 어떻게 배웠는가에 따른 것도 있겠지만 신체적 조건에 의한 차이도 있을 것 같다.

* 사슬의 가장 약한 고리가, 전신이 낼 수 있는 최대의 수행 능력을 결정할 것이다. 선천적으로 약하거나 점차 약화되었거나 부상을 당한 부위가 있다면, 다른 곳을 아무리 강화하더라도 원하는 동작을 수행할 수 없을 수도 있을 것이다. 혹은 약한 부분이 힘을 덜 쓰는 방식으로 근력과 움직임의 패턴이 변화할 것이다.

* 특정 종목을 전문으로 하는 사람에게 기초 체력 훈련이나 크로스 트레이닝은 득과 실의 양면성이 있다. 내 경험에 비추어 볼 때, 발레는 피겨 스케이팅에 도움이 되지만, 너무 열심히 하면 오히려 방해가 되는 부분이 있다. 체력이 소모되며, 미묘하게 다른 운동 패턴이 학습되고, 때로는 부상도 입는다. 감정/정신적 측면에서 보더라도, 기분 전환이 되기도 하지만 돈과 시간을 뺏고 주의가 분산되는 부작용이 있다.

* 어떤 운동을 선택하고 누구에게 배우는지에 따라 미래가 크게 달라질 수 있겠다. 혹은 어떤 계절, 시기에 배우는가, 어떤 요일, 어떤 시간대에 배우는가, 누구와 함께 배우는가 같은 사소한 차이도 나중에 큰 차이로 나타날 지 모른다.

Thursday, March 8, 2018

김상사의 추억

군대에서 몇몇 사람이 나를 괴롭혔는데 그중에서도 김아무개 상사가 으뜸이었다. 하사 나부랭이로서는 어떻게 복수할 방법이 없어, 내가 군대에 안주하지 않고 전역하도록 자극을 주는 고마운 존재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다행히 그가 다른 부대로 전속을 갔고, 나중에 성폭행을 저지르고 불명예 제대했다던가하는 소식을 들었다.

이십년이나 지난 일을 떠올리게 하는 인간을 이곳에서 만난 것은 우연이 아니다. 고인 물은 썩게 마련이다. 웅덩이를 메꿔버리든지 물길을 내서 흐르게 만들어야 한다. 나까지 썩어버리지 않기 위해서.

어딜가나 조용히 살게 내버려두질 않는구나. 내 팔자려니 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