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nday, July 23, 2017

폭우

출근길에 비가 억수로 쏟아졌다. 빙상장에서 가장 가까운 역까지 지하철을 타고 갔어야 했는데, 비가 오는지도 모르는 채로 평소에 버스로 갈아타는 지점에 내렸다가 낭패를 보았다.
택시가 한 대 보여 문을 열고 타는데, 우산을 접고 좌석에 앉는 잠깐 새에도 비를 꽤 맞았다. 하지만, 길이 물에 잠겨 있어 운행을 못 하겠다고 한다. 버스를 탔다가는 혹여나 정류장과 빙상장 사이 개울이 불어나 건너지 못할까 싶어, 반대쪽 경로를 택해 도보로 이동하기로 했다.

조리를 신은 채로 몇 걸음 걷자 금세 발목이 물에 잠겼다. 흙탕물 때문에 바닥이 보이지 않아 빨리 걸을 수가 없었다. 지나가는 차에서 튀기는 물을 가슴팍까지 맞았다. 물이 찬 구역을 빠져나와서는, 수업에 늦을 세라, 젖은 바지 주머니에서 휴대폰을 꺼내 시간을 확인해 가며 빗속을 1km 넘게 뛰었다. 빙상장 앞에 도착하니, 차들이 개울가 사거리에서 차례차례 유턴 하고 있었다. 역시 그쪽 길을 피하길 잘 했다.

티셔츠와 팬티까지 모조리 젖고, 가방 속에 넣어둔 새 양말 여러 켤레도 다 젖었다. 옷장에 넣어둔 여벌의 바지와 양말, 그리고 실내화로 쓰려고 오늘 가방에 넣어간 신발이 있어 다행이었다.

오늘따라 얼음이 아주 매끈했다. 수업 시작 시간이 한참 지나서야 수강생이 오기 시작했다. 10시 수업은 네 명이서 오붓하게 개인 레슨 체험(?)을 했다.

폭우를 뚫고 정시 출근했다는 무용담(?)을 굳이 기록하는 이유는, 내가 이 일을 어떻게 대하고 있는지 훗날에 들춰보고자 함이다. 오랜만에 달리기를 제대로 했더니 다리가 뻐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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