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uesday, December 30, 2014

초심

회사를 그만두고 피겨 스케이트 강사로서의 삶을 시작했다. 일터는 서울 구로구 고척동에 있는 제니스 아이스링크. 직장인이 아닌 개인사업자 신분이다.

2주에 걸쳐 열 시간 가량의 수업이 진행되는 겨울방학특강을 두 반 맡았다. 실제 근무시간은 주당 10 시간 가량이지만, 대기 시간까지 합하면 주당 30 시간 정도 아이스링크에서 시간을 보내게 될 것 같다. 수입은 전 직장의 절반도 안될 것 같지만, 대기 시간을 개인 레슨과 일회성 수업으로 점차 채워나간다면 어느 정도 만회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십년 동안 직장생활을 했지만, 여기서는 아무 것도 모르는 새내기이다. 새내기는 모든 것이 미숙해서 욕을 먹고 돈도 적게 벌지만, 나름대로 좋은 점도 있다.

우선 사람들이 나에게 너무 많은 기대를 걸지 않으므로 압박을 덜 받는다. 물론 제대로 일을 못하므로 고참 선생님을 통해 회사에서 압력이 들어오기는 하지만. 학교는 돈 내고 배우는 곳이고, 직장은 돈 받으면서 배우는 곳이라고 하지 않던가.

새내기의 또 다른 장점은 초심을 갖게 된다는 것이다. 여러 해 일하다보면 초심을 잊어가기 마련이지만, 초심을 가진 적이 있다는 사실 자체가 삶에서 소중한 부분이 아닐까.

잊어버리기 전에 초심을 기록해볼까.

  • 최종적인 고객에 집중하자. 나의 최종 고객은 아이들이다. 나중에 성인 강습이 있을 수도 있겠지만 주 대상은 초등학생이다. 나는 그 아이들이 건강하게 자라기를 바라고, 스케이트를 통해 즐겁고 삶의 밑거름이 되는 경험을 갖기를 바란다. 그들은 나에게 돈을 벌어다주는 고객이라기보다는, 우리 어른들이 다 함께 보살펴야 할 다음 세대이다. 학부모와 회사의 요구는 물론 중요하지만, 아이들에게 좋은 시간을 만들어주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 지속가능해야 한다. 너무 많이 일해서도 안되고, 생존을 이어갈 수 없을 만큼 적게 일해서도 안된다. 마음을 너무 다쳐도 안되고, 건강을 잃어도 안된다. 이 일을 얼마나 계속할 수 있을까? 현재 일하고 계신 여러 선생님들을 보았을 때, 15년 정도는 가능하지 않을까. 그리고 은퇴 후에도 또 다른 수입원이나 소일거리가 필요할 것이므로 건강을 유지해야 한다.
  • 욕심을 부리되 지나치지 않게 한다. 내가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의 선수나, 너무 많은 수업을 소화하지 않는다.
  • 현재에 살자. 이 순간 내 앞에 있는 강습생, 학부모, 동료에게 최선을 다하자.
  • 적을 만들지 말자. 다른 사람이 나를 미워하지 않도록 노력하고, 나도 다른 사람을 미워하지 말자.
  • 성장하자. 지금의 모습에 만족하지 않고 점점 더 성장하기 위한 계획을 짜서 실천에 옮기자.
  • 감사하자. 지금의 내가 있기까지 가르침을 주신 수많은 선생님들과 친구들에게 고마움을 갖자.
  • 가족을 최우선으로. 지금까지 타지에서 직장 생활을 하느라 가족을 잘 보살피지 못했다.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수업 일정을 짜자.
  • 숨김과 거짓을 멀리 하자. 그래야 나중에 뒤탈이 없다. 사람들 사이의 일이나 금전적인 부분에 대해 늘 거리낌이 없도록 처신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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