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turday, December 30, 2017

고용 승계

피겨 스케이팅을 가르쳐서 돈을 벌기 시작한지 만 3년이 되었다. 직장의료보험에서 지역의료보험으로 전환한 지도 딱 그만큼 되었고, 더 이상 연말정산을 하지 않고 5월에 종합소득세만 신고한다. 시간강사로 일해서 받은 월급과 개인레슨 수업료가 주수입원이다. IT 쪽 일에서 부수입이 없었다면 1년을 버티기도 힘들었을 것이다.

스케이트를 가르치면 여유 시간이 많아서 다른 일을 하기에 좋을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막상 일해보니 쉽지 않다. 근무 시간에 비해 통근과 휴게 시간이 길고, 체력 소모가 심하다.

취미를 직업으로 삼는 것에 대해 많은 고민을 했고, 요즘도 가끔 생각한다. 몸이 스케이트장에 있지 않더라도 종종 스케이트와 관련된 일을 하거나 생각을 하는 내 모습을 보면서, 이것을 직업으로 삼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그렇지만 요즘 들어 마음 고생이 많았다. 고용 승계에 대한 불안감도 있고, 다른 강사의 언행으로 인해 감정이 상하기도 했다.

새로 운영을 맡은 회사의 임원이 시간 강사들과 처음 대면한 자리에서 '정규반에서 가르쳐 놓으면 OOO가 독점하고 있는 선수 대관으로 올려보내는 체제'를 지적하며 변화를 예고했다. 그러나 지금 당장은 변화가 오지 않았다. 1월에 하기로 약속했던 평일 개인 레슨을 모두 취소했다. 새 회사에서는 '기득권'을 청산하고 부조리를 바로잡겠다는 신호를 계속 보내고 있다.

앞으로 1년 더 일할 수 있게 된 것에 감사하며 잠을 청해야겠다.

Sunday, December 17, 2017

2017-12-17

부산에 지원한 건은 서류 탈락 처리되었다. 이전 근무처의 경력증명서를 떼기가 번거로와서 최근 것만 첨부했더니, 전일제가 아니므로 주당 40시간을 기준으로 비율을 따져서 경력으로 인정된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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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 icoachskating.com에 종종 접속한다. 비회원에게 공개된 텍스트만 볼 수 있지만, 그것으로도 도움이 된다. 어제 읽은 기사는 악셀 점프에 관한 것인데, 도입 시 피벗이 일어나는 것이 올바른 것인지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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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제 목동에서 서울시 생활체육 피겨 대회가 있었는데, 초급 대학부와 성인부 각 4명, 1급 성인부 5명이 선수 명단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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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급 선수의 경기 영상에서 흥미로운 점을 발견했다. 이 선수는 모든 점프의 도입 직전 쓰리 턴에서부터 특유의 팔동작을 취한다. 선수 개인의 버릇인지 아니면 특정 지도자의 가르침인지, 어떤 이유에서 그렇게 하는 것이고 장단점이 무엇인지 궁금하다.


Thursday, December 7, 2017

김칫국

최근 몇 년 간 일자리를 전전하며 깨닫게 된 점이 두 가지 있다. 첫째는 구인공고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조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감을 잡을 수 있다는 것이고, 둘째는 지원서를 갖추는 과정에서 자신에 대해 객관적으로 돌아볼 수 있다는 것이다. 이번에 찾은 강사모집 공고(부산광역시 북구 공고 제2017-1210호)를 통해 새롭게 알게 되거나 느낀 점을 적어둔다. '떡 줄 사람은 생각도 않는데 김칫국부터 마신다'는 말에 꼭 들어맞는 글이다.

20대 때는 일을 조금 해보다가 맞지 않으면 그만두고 다른 일을 찾으면 된다고 생각했지만, 이제는 그럴 수가 없다. 지금 내리는 결정이 남은 인생 전부와 아이의 장래까지 좌우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고민이 깊어지는 것이 당연하다.

임기제 공무원


이번에 모집하는 것은 임기제 공무원이다. 계약기간이 3년이고, 총 5년 범위 내 연장 가능하다. 임기제 공무원이라는 것을 처음 알게 되어서 기사를 찾아보니, 정규직으로 분류되지만 실상은 비정규직과 비슷한 것 같다. 어쩌면 현재 근무 중인 직원이 계약 연장을 위해 이번에 응시할 지도 모르겠다.

임기제 공무원의 안정성이 떨어지기는 해도, 피겨 강사를 시작한 이래 단시간근로자나 프리랜서, 혹은 무직자로 살아온 것에 비하면 아주 매력적이다.

업무


임용분야는 빙상지도강사인데, 임용등급은 공업7급, 시설8급, 시설9급의 세 등급이다. 7급의 주요업무는 프로그램 운영 기획, 홍보, 대관과 단체이용객 유치 관리, 프리랜서 강사 운영 등이다. 강습을 직접 하는 것은 8급과 9급인데, 8급은 강습 프로그램 개발, 운영 업무가 있고, 9급은 안전 관리도 담당한다.

전임강사는 쇼트 트랙만 뽑고 피겨를 뽑지 않는 곳을 보았는데, 이번 모집 요강에서 그런 내용은 찾지 못했다. 실제로는 쇼트 트랙을 원할지도 모른다. 피겨 강사들은 대체로 개인레슨을 하는 것이 훨씬 돈을 많이 벌기 때문에 전임강사에 지원하지 않는 것이 아닐까, 그래서 아예 뽑지 않는 경우가 많은 것이 아닐까하는 생각도 든다.

내가 어떤 일을 하고 싶고, 어떤 일을 하고 싶지 않은지 생각해보았다. 피겨 스케이팅을 가르치고 싶고, 학교 단체 수업과 대관 관리는 썩 내키지 않으며, 프리랜서 강사 운영과 안전 근무는 피하고 싶다. 따라서 8급이 적당하다.

전임강사는 개인레슨을 하지 못할 것이므로, 피겨 기초만 가르치고 그 이상의 기술을 가르칠 기회를 갖지 못하게 되지 않을까 하는 점이 마음에 걸린다. 낮은 수준의 수업만 하다보면 업무 만족도가 떨어지기도 하거니와, 계속 가르치고 시범을 보여야 스스로 발전한다. 발전을 멈추면 경쟁에서 도태될 위험도 있지만, 그러기 전에 내가 권태를 이기지 못하고 그만두거나 마지못해 다니게 될 지 모른다.

보수


보수는 각각 7급, 8급, 9급 상당으로 상한액과 하한액이 정해져있는데, 하한에서 시작해서 연차에 따라 상한까지 올려받는 것으로 보인다. 9급은 하한액이 없는 것으로 보아, 시간선택임기제를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지난 1월에 쇼트트랙 프리랜서 강사를 모집한 적이 있는데, 보수는 시간제 프리랜서 강사가 자체 모집한 강습회원으로부터 징구한 강습료로 충당한다고 되어 있다(제 2017-1호).

8급의 보수는 지금 버는 것보다는 많지만, 자리를 옮기지 않는다 해도 내년에 그 정도를 벌 수 있을 것 같다. IT 업계에 있을 때에 비해서는 여전히 적지만, 과거에 받았던 금액과 비교하면 안 될 것 같고, 만약 내가 IT 업계로 복귀한다면 얼마나 받을 수 있을 것인지와 비교해야 할 것 같다. 오랫동안 떠나있었고 나이도 많아졌으니 복귀 자체가 힘들 수도 있다.

자격증


이번 공고에는 "생활체육지도사 2급(빙상분야) 이상 또는 경기지도사 2급(빙상분야) 이상"의 자격증을 요구한다고 되어 있어 오해의 소지가 있다. 지난 번 프리랜서 강사 모집에서는 "생활스포츠지도사 2급 빙상(구,생활체육지도자 3급) 이상 또는 전문스포츠지도사 2급 빙상 (구,경기지도자 2급) 이상"이라고 정확히 나와있다.

경력


7급, 8급, 9급에 지원하기 위한 경력기간은 각각 1~3년 이상, 1~2년 이상, 1년 이상이다. 내가 지금까지 세 곳에서 일한 기간을 모두 합치니 2년이 조금 넘는다. 실제 일한 기간만큼 경력증명서를 받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 건강보험 가입기간 전체에 대한 자격득실확인서를 첨부하라고 해서 떼어보니, 내가 어떻게 살아왔는지가 종이 한 장에 나타난다. 그러나, 지난 3년간 스케이트 강사로 살아온 이력은 전혀 드러나지 않는다.

평판조회가 있을지도 모르겠다. 이곳에서 1년 반 동안 누구보다도 성실히 일했다고 자부한다. 12월에 근로 계약이 종료되는 데다, 사업자가 바뀌는 시기이기도 하고, 다른 일자리를 알아보는 것에 대해 떳떳하지 못할 이유는 전혀 없다.

우편 접수


다행히 우편 접수를 받는다고 하여 우체국에 다녀왔다. 전형료를 통상환으로 보내고 받은 증서와, 응시표를 되돌려받기 위해 등기우표를 붙인 소봉투를 첨부해서 담당부서 앞으로 빠른 등기로 보냈다.

그 다음 수


한치 앞도 내다볼 수 없지만, 그래도 계획은 세워둬야 한다.

응시하기는 했지만, 지금 있는 곳에서 떠나겠다고 결정한 것은 아니다. 지금 가르치는 제자들과 헤어지고 싶지는 않다. 계속 생각해보고, 가능하다면 새로 들어오는 사업자와 협상도 하면서 최선의 길을 선택하려고 한다.

만약 부산으로 내려간다면 전임으로 몇 년 일하다가 프리랜서로 전향해도 되지 않을까하는 생각도 든다. 프리랜서가 되려면 경력 3년에 부산 거주 2년 조건이 붙어 있어서, 수도권에서 계속 일하면 갈 수가 없다. 물론 부산이나 인근 지역에 다른 빙상장도 있지만, 이곳이 가장 가깝고 일하기 좋을 것 같아 보인다.

왜 글을 쓰는가


성인이 피겨 스케이트를 배워서 강사가 된다는 것은 그리 쉽지 않다. 배움의 과정도 길고, 취업문도 좁은데다, 기존에 갖고 있던 직업에 비해 우위를 갖기 힘들기 때문이다. 내가 지금까지 보았던 수많은 동호인 중에 강사 자격증을 딴 사람은 10%도 되지 않고, 그중에서 실제로 일을 하는 사람도 드물고, 그중에서 2년 이상 지속하는 경우도 적다.

선수 출신이 아닌 강사가 선수 출신과 똑같은 커리어 패스를 걷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러나, 자신에게 맞는 계획과 전략으로 임한다면 어느 정도의 직업적인 성취를 이룰 수 있을 것이다. 개인적인 일을 시시콜콜 써서 공개하는 것이 현명하지 못한 일일 수도 있겠지만, 누군가는 이 글을 참고로 삼을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처절한 실패로 끝나더라도, 최소한 타산지석으로 삼을 수는 있을 것이다.

Wednesday, December 6, 2017

롱 패딩

올겨울은 롱 패딩이 유행이다. 몇년 전에 GAP에서 산 파란색 패딩을 아직 잘 입고 있고, 그외에도 점퍼나 코트가 여러 벌 있지만, 일할 때나 외출할 때 입을 패딩이 하나쯤 더 있었으면 했다. 비싼 돈을 주고 유행을 쫓는 것이 싫기도 하고, 동물의 털을 뽑는 것이 미안하기도 했지만, 결국 아디다스에 걸려있는 카키색 롱 패딩의 미묘한 예쁨에 카드를 꺼냈다.

1년 전에도 그랬던 것처럼, 연말에 시간강사 계약이 종료됨을 알리는 통지를 받았다. 내년부터 빙상장을 운영할 사업자가 정해졌다고 하니, 여기서 계속 일하더라도 시 체육회와 계약을 하게 되지는 않을 것 같다. 겨울방학특강에 대해서는 아직 소식이 없다.

오랜만에 구인구직 사이트에 들어가보았더니, 부산에서 7~9급 임기제 공무원 자격의 강사를 뽑는다는 공고가 있다. 직급에 따라 담당 업무에 차이가 있고, 요구하는 경력 기간도 다르다. 한번 넣어나 볼까하고 서류를 챙기고 있자니 너무너무 귀찮다.

Monday, October 30, 2017

피겨 경기 중계 시청

피겨 경기 중계를 많이 보는 편은 아니지만, 취미이자 업무의 연장이기도 하다. 통근길에 지하철에서 보기도 하고, 집에서도 본다. 차준환 선수가 스케이트 캐나다에 참가한 영상을 보고 아쉬움이 있어서 글을 남긴다.


한국 국적 또는 한국계 선수가 참가하는 국제 경기를 한국의 방송에서 중계할 때 감정이 지나치다. "눈 앞에서 스핀 연기를 펼치는 것 같습니다", "우와! 중계만 아니었으면 기립박숩니다"와 같은 멘트는 아무 정보도 제공하지 못한다. 연기를 마치고 점수가 낮게 나오자 진행자가 "어?", "좀 의욉니다. 할 말이 없는데요..."라며 입을 닫고, 해설자가 "점프에서 회전 부족이 나왔을 것"이라고 뒷수습을 했다.


하지만 외국의 다른 방송에서는 연기 도중에도 감점 요인을 계속 지적했기 때문에, 점수가 나왔을 때 납득할 수 있다. 내게는 이런 방송을 보는 것이 공부가 된다.

Thursday, October 26, 2017

플립-토룹 점프 컴비네이션 점수

9월 초에 오스트리아에서 열린 주니어 그랑프리 여자 싱글 프리 스케이팅에서 플립-토 룹 컴비네이션에 주어진 점수를 살펴보았다.

3F+3T


일본의 모아 이와노는 3F+3T를 첫 점프로 시도했다. 플립은 wrong edge였고, 둘 다 under-rotated jump여서 감점이 되었다. 점수는 4.60을 받았다.

https://www.youtube.com/watch?v=3gf_V2tL5nE&t=40s

같은 점프 컴비네이션에 대해, 스타 앤드류스는 토 룹이 down graded되어 5.20점을 받았다.

3F+2T


1위를 한 러시아의 아나스타샤 타라카노바도 플립-토 컴비네이션을 시도했다. 플립은 트리플이었지만 토 룹은 더블이었고, 프로그램의 후반에 시도해서 10%의 가산점을 받았다. 점수는 7.76을 받았다.

https://www.youtube.com/watch?v=TaPTCOtEC7o&t=2m32s

같은 점프 컴비네이션에 대해 아나스타샤 구바노바는 7.56점을 받았다.

https://www.youtube.com/watch?v=rWMiMalrdiw&t=3m

안젤리나 황은 7.10점, 크리스텐 스파우어스는 7.00점을 받았다. 마야 고로드니츠키는 다운그레이드되어 2.30점.

한국의 이지윤은 첫 3F+2T 컴비네이션을 실패하여 3F에 대해 1.60점을 받았고, 나중에 뛴 3F은 jump repetition으로 판정되어 0.56점을 받았다.

https://www.youtube.com/watch?v=6ueTL-1STBc&t=3m23s

결론


롱 에지와 언더 로테이션에 대한 감점이 지나친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스타에게 11점이나 뒤진 모아가 몇 점 더 받는다고 해서 등수가 바뀌지는 않았겠지만.

참고

제자의 대회 참가

작년 12월, 내가 소속된 빙상장에서 시장배 빙상경기대회가 있었다. 정규반에서 피겨 스케이트를 배우는 학생들을 위한 공통 작품이 있었고, 내가 맡은 반 학생들 중 몇 명도 대회에 참가했다. 그것이 내가 스케이트 선생으로서 제자를 대회에 내보낸  첫경험이다. 대회 당일에는 경기장 스태프 노릇을 하느라 분주했던 것 같다.

지난 주말에 춘천에서 생활체육빙상대회가 열렸고, 내게 배우는 학생 한 명이 참가했다. 주 1시간 짜리 정규반에서 서너달 가르쳤고, 개인레슨을 시작한지는 두 달 되었다. 개인레슨 시수를 세어보니 총 열두시간이다. 버니 홉과 스파이럴도 작품에 넣으려고 처음 가르친 것.

대회를 준비하려면 작품 구성, 연습, 의상, 교통과 숙박, 참가비, 케어(대회 당일 감독)에 이르는 모든 과정에 돈이 들어간다. 이번에 참가한 학생에게는 개인레슨비 외에 아무 것도 받지 않았고, 대회 감독자 역할을 학부모가 대신 했다. 의상도 원래 가지고 있던 것을 수선해서 사용했다.

결과는 만족스럽다. 대회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나도, 학생도, 학부모도 경험을 쌓았다. 학생에게 확실한 동기 부여가 되어서, 앞으로 수업을 하는 데 있어서 효과가 클 뿐 아니라, 다른 학생들에게도 자극제가 될 것으로 생각한다.

경기 동영상과 시상대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고 있는 사진을 보니 뿌듯하다. 같은 학년에 다른 무급 참가자가 없어서 단독 출전이기는 했지만.

Tuesday, October 10, 2017

주기별 업무

많은 직업이 그렇듯이, 피겨 스케이트 강사로서의 업무도 주기를 갖고 반복적으로 이루어진다. 요즘 하는 일들을 주기에 따라 적어본다.

일일 업무

출근길에 그날 수업 일정을 체크하고, 무엇을 가르칠지 생각해둔다.
수업을 한다. 50분 수업하고 10분 쉰다.
주중에는 정규반 한두 시간이 전부인 날이 많고, 학교 단체 수업을 할 때도 있다. 주말에는 오전에 정규반 두 시간을 하고, 오후에 개인 레슨을 한다.
네 시간 이상 연속으로 수업을 하면 힘들어서, 오후에 한 시간 쉬는 것으로 정했다.
쉬는 시간이나 집에 오는 길에 그날 수업한 내용을 메모해두었다가, 집에 돌아와서 개인별 수업 일지를 정리한다.
집에서는 휴식을 취하며 다른 일을 하고, 남는 시간에는 피겨 스케이팅 관련 영상을 보거나, 피겨 블로깅을 하기도 한다.

주간 업무

주간 스케줄을 확인하는 것 외에는, 회사 다닐 때처럼 주 단위로 진척 사항을 체크해야 할만한 일은 딱히 없는 것 같다.

월간 업무

정규반

달이 바뀔 때마다 정규반 일정과 학생 현황을 확인한다.
초급반에서는 수업을 절반 정도 진행한 뒤에는 다음 달에 중급반으로 보내도 될만한 학생을 파악한다. 매 수업에 출석하지 않는 학생도 있기 때문에, 두세 번 수업을 하면서 정한다.

개인레슨

하순이 되면 각 학생의 현재 레벨을 평가하고 다음 달 수업할 레벨을 결정한다. 다음 달 개인레슨 수강료를 학생 또는 학부모에게 개별적으로 받는다. 비슷한 레벨의 학생끼리 수업할 수 있도록 다음 달 개인레슨 일정을 짠다.

대관

대관 일정이 월간 단위로 나온다. 나는 대관을 하지 않으므로 상관 없다.

분기/반기/시즌

나는 선수를 가르치지 않으므로 피겨 시즌에는 크게 영향을 받지 않는 편이다. 겨울 방학 때 가장 바쁘고, 여름 방학이 그 다음이다.

연간

아이스링크와 강사의 계약은 1년 단위로 하는 경우가 많고, 연말이 되면 다음 해에 근무할 것에 대한 계약을 하게 된다. 겨울방학특강이 시작될 때 인력이 가장 많이 필요하므로, 강사 채용과 이직이 가장 많이 일어나는 시기인 것 같다.

Wednesday, September 27, 2017

열흘 전 쯤에 한승종 선생님께서 캐나다로 돌아가셨다. 출국을 앞두고 저녁 식사를 함께 했다.

수업할 때 댄스화와 번갈아 신던 싱글용 스케이트(리스포트 RF2 슈퍼 + 코로네이션 에이스)를 한 달 전에 팔았다. 구입한 사람은 내게 개인레슨을 듣는 남자 수강생인데, 기존에 신던 부츠가 무너져서 발목 통증이 심하다고 했다. 새 장비를 사면 돈이 많이 들기 때문에 한동안 수업을 쉬어야 한다는 것이 안타까워서, 내 스케이트를 싸게 넘겼다. 이제는 통증이 없어져서 다음 달부터 수업에 복귀하겠다고 하니, 서로에게 잘 된 일이다. 무너진 부츠에 달려있던 블레이드는 또 다른 수강생에게 물려줘서, 그 학생도 스핀과 점프 연습을 본격적으로 할 수 있게 되었다. 두 사람에게 도움을 주어 뿌듯하다. 작아서 신지 않던, 또다른 싱글 스케이트도 얼마 전에 새 주인을 찾아갔다.

주말 아르바이트생들 덕분에, 7월 중순 이후로는 주말 오전에 정규반 두 시간만 하고 오후에 안전 근무를 하지 않는다. 때마침 개인 레슨 수강생도 몇 명 늘었다. 월~금요일에는 여전히 개인레슨을 하지 않는다.

다음 달에 춘천에서 열리는 생활체육대회에 제자 한 명을 내보내기로 했다. 정규반만 듣다가 이번 달에 개인레슨을 시작했고 전진 크로스오버조차 능숙하지 않지만 발전 가능성이 많아 보이기에, 적당한 시기에 흥미를 키우고 기초를 연습할 계기를 마련해주고자 참가를 권했다. 내가 대회에 따라가야 할지에 대해 고민을 좀 했는데, 가지 않는 것으로 결론을 냈다. 그랬다가는 강사의 평판이 나빠질 수 있다는 얘기를 들었지만, 내 수강생들이 나를 어떻게 평가하는지만 생각하려고 한다. 한 사람을 위해 다수의 수강생에게 불편을 끼치고 싶지 않고, 부모에게 출장비 부담을 지우고 싶지도 않다.

지난 일요일에 서울에서 열린 급수시험에 제자 두 명이 가서 초급을 따왔다. 나는 수업을 하느라 가지 못했다. 학생들에게 애교 섞인 원망을 들었다.

오늘 정규반 수업을 하러 갔더니, 예전에 나에게 정규반 수업을 들었던 학생이 내일 급수시험이 있다고 귀띰해주었다. 화가 난 것을 숨기느라, 그 학생에게 시험을 치는지 물어보거나 잘 하라고 격려해주지 못했다. 제자들이 자기가 다니는 링크에서 나흘 뒤에 시험이 열리는 줄도 모르고 다른 곳에 다녀오게 만든 선생은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다.

빙상연맹 홈페이지에 공지도 하지 않고, 스케이트장에 써붙이지도 않고, 심지어 링크 소속 강사에게조차 알리지 않고 급수시험이 매번 치뤄진다. 그래도, 지난 번에 심판 얼굴을 보고서야 시험날인 줄 알았던 것에 비하면 이번에는 하루 전에 알았으니 발전한 셈이다.

연마실 일은 이달까지만 하기로 했다. 스케이트 날 가는 일은 재미있지만, 이제는 내가 없어도 연마실 운영에 지장이 없다. 책 쓰는 일에 시간이 필요하다.

이번 금요일부터 8일 동안 정규반 수업이 없지만, 금요일은 학교 단체가 하나 있고(정규반 없는 날의 단체 손님은 늘 나의 몫) 토요일은 개인 레슨 보강이 있어 출근한다. 토요일에 성인을 위한 원포인트 레슨을 하기로 했다.

추석을 앞두고 개인 레슨 수강생들에게 운동복을 선물했다. 감사의 표시이기도 하지만, 수강생들이 소속감을 갖기를 바라는 마음도 있고, 외부인에게 팀으로 인식되기를 바라는 의도도 있다. 수업 일정 공유와 공지 사항 전달을 위해 개설한 밴드에서 제공하는 투표 기능을 이용해 사이즈를 조사했다.

Friday, September 8, 2017

고혹적인 맹렬함

주니어 그랑프리 컵 오브 오스트리아 2017에서 임은수 선수의 프리 스케이팅을 감명 깊게 보았다. 눈빛, 손짓, 머리와 어깨로 이어지는 인트로부터 고혹적이다. 해설자가 어떤 점을 가리켜 'aggressive'라고 말한 것인지 정확히 모르겠으나, 점프를 향해 달려가는 스피드와 기울기에서 맹렬함을 느꼈으리라. 또한, 'lovely body lines'라는 말대로, 인사를 하는 모습을 클로즈업해 촬영한 토르소는 마치 발레리나와 같았다.


이 선수와 지도자에게 경외심을 느끼는 한편으로, 내 모습을 대입해보게 된다. 그 환상 속에서 내가 서있는 장소는 빙판 위가 아닌, 링크사이드이다. 자아정체성의 변화를 느껴서 재미있기는 하지만, 세계대회는 커녕 전국대회나 지역대회에 내보낼 선수조차 하나 없는 나에게는 한낱 단꿈에 불과하다.

감당할 수 없는, 너무 큰 꿈을 꾸는 것은 두렵다.



Sunday, July 23, 2017

폭우

출근길에 비가 억수로 쏟아졌다. 빙상장에서 가장 가까운 역까지 지하철을 타고 갔어야 했는데, 비가 오는지도 모르는 채로 평소에 버스로 갈아타는 지점에 내렸다가 낭패를 보았다.
택시가 한 대 보여 문을 열고 타는데, 우산을 접고 좌석에 앉는 잠깐 새에도 비를 꽤 맞았다. 하지만, 길이 물에 잠겨 있어 운행을 못 하겠다고 한다. 버스를 탔다가는 혹여나 정류장과 빙상장 사이 개울이 불어나 건너지 못할까 싶어, 반대쪽 경로를 택해 도보로 이동하기로 했다.

조리를 신은 채로 몇 걸음 걷자 금세 발목이 물에 잠겼다. 흙탕물 때문에 바닥이 보이지 않아 빨리 걸을 수가 없었다. 지나가는 차에서 튀기는 물을 가슴팍까지 맞았다. 물이 찬 구역을 빠져나와서는, 수업에 늦을 세라, 젖은 바지 주머니에서 휴대폰을 꺼내 시간을 확인해 가며 빗속을 1km 넘게 뛰었다. 빙상장 앞에 도착하니, 차들이 개울가 사거리에서 차례차례 유턴 하고 있었다. 역시 그쪽 길을 피하길 잘 했다.

티셔츠와 팬티까지 모조리 젖고, 가방 속에 넣어둔 새 양말 여러 켤레도 다 젖었다. 옷장에 넣어둔 여벌의 바지와 양말, 그리고 실내화로 쓰려고 오늘 가방에 넣어간 신발이 있어 다행이었다.

오늘따라 얼음이 아주 매끈했다. 수업 시작 시간이 한참 지나서야 수강생이 오기 시작했다. 10시 수업은 네 명이서 오붓하게 개인 레슨 체험(?)을 했다.

폭우를 뚫고 정시 출근했다는 무용담(?)을 굳이 기록하는 이유는, 내가 이 일을 어떻게 대하고 있는지 훗날에 들춰보고자 함이다. 오랜만에 달리기를 제대로 했더니 다리가 뻐근하다.

Friday, July 14, 2017

1H 2017

정규반


월수금 초급반 하나, 주1회 짜리 주말반 네 개를 맡고 있다. 주말반은 항상 꽉 차서, 들어오고 싶어도 그러지 못하는 학생들이 있다.

방학 특강


이달 말부터 2주 동안 여름방학 특강이 예정되어 있다. 강사는 주당 15 시간 이내 근무하기로 계약되어 있기 때문에, 그 범위 내에서 반을 배정했다. 나는 정규반을 주당 7시간 하고 있다 보니, 한 개 클래스만 맡기로 했다.

개인 레슨


올해 초에 피겨 강사들끼리 정한 것이 있어, 나는 주말에만 개인 레슨을 하고 있다. 현재 수강생은 두 명이다. 좀 더 늘었으면 좋겠지만, 정규반 두 시간에 안전 근무 두 시간을 하고 나면 이미 피곤하고 발도 아파서 수업 들어가는 것이 약간 부담된다.

성인 남성 수강생이 생겼고, 비정기적으로 배우는 사람도 한 명 있다. 두 사람 다 열의가 대단하다. 예전의 나를 보는 것 같다.

안전근무


안전요원이 부족해서 몇 달 동안 주말과 공휴일마다 두어 시간씩 일을 했다. 알바생이 새로 들어와서, 이번 주부터 한동안은 해방이다.


연마실


전에 연마실을 운영하던 분은 계약이 끝나고, 사업자가 바뀌었다. 요즘에는 연마실로 출근해서 점심을 시켜먹고 가게를 보다가(?) 수업에 들어간다. 다양한 블레이드를 접하면서 연마 실력이 늘었다. 수입은 소소한 아르바이트에 불과하지만, 맘 편히 지낼 아지트가 생겨서 좋다.

동아리 강사


연계학기 동아리 강사 계약을 하러 관내의 중학교에 다녀왔다. 8월 하순에 시작해서, 한 달에 한두번씩 총 여덟 번 수업이다.

반기 결산


이렇게 써놓으니 여러 가지 일을 하는 것 같지만, 이 모든 활동에서 버는 수입을 합쳐도 전에 하던 일만 못하다. 사실, 절반도 안 된다.

2017년 1월부터 6월까지 스케이트 관련 일을 해서 9백만원을 벌었다. 이 일을 시작하기 전인 2014년의 연간 근로소득을 반으로 나누면  약 2천2백만원. 수입이 절반 이하로 줄어든 셈이다. 일하는 시간이 줄어든 만큼 수입도 적다고 보면 그리 나쁘지는 않다. (번역 일을 해서 추가 수입이 있지만, 어차피 책 쓰고 번역하는 일은 다른 일을 하더라도 병행할 수 있으니, 소득에 대해 따질 때에는 생각하지 않아도 될 듯)

주중에는 정규반 한 시간 때문에 왕복 세 시간 걸려 통근한다. 어쩌다보니 연마실에 나가게 되어 통근 부담이 상대적으로 줄긴 했지만, 수입이 많은 일은 아니다. 한 번 출근할 때 개인 레슨을 한 명만이라도 하면 움직이는 시간이 덜 아까울 것 같다.

이 일을 지금처럼 계속 하는 것이 맞는 걸까? 주중에 다른 회사를 다니고 주말만 스케이트장에서 일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도 든다.

Thursday, April 20, 2017

대나무 숲

가르치는 입장이 되고 보니, 전에는 이해하지 못했던 것들이 이해되기도 하고, 당연한 얘기를 해주고 싶어서 입이 근질근질해도 다물고 있어야 하는 때도 많다.

- 대여화를 신고 피겨 스케이팅를 배울 수는 없다(하지만 강사는 장비 구입을 강요해서는 안 되므로 침묵).

- 주1회 50분 정규반 수업만 듣고 가면 실력이 잘 늘지 않는다(하지만 개인 레슨을 권유해서는 안 되므로 침묵).

- 정규반 수업은 정규 분포의 가운데를 바라보고 진행한다. 나머지 회원은 개인 레슨을 받든지 그만두는 게 경제적일 수도 있다. (침묵)

- 제한된 시간 동안 한 번이라도 더 연습할 기회를 주고 싶지만, 앞 사람과 간격이 가까울수록 부딪힐 위험이 커지므로 안전을 위해서는 서서 차례를 기다리는 시간이 길어질 수 밖에 없다.

- 그렇다고 남아서 연습하면 실력이 느는가 하면,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역효과가 날 위험도 크다. (그렇다고 연습하지 말고 집에 가라고는... 침묵)

- 내가 안전 근무를 설 때 고깔 밖에서 후진이나 스핀을 연습한다든지 헬멧을 쓰지않는 걸 보고 있으면 뜯어말리고 싶어진다. (사고가 나면 나도 곤란하다)

- 건강 증진의 관점에서는 초급반에서 배우는 걷기와 항아리(=swizzle=모래시계), 밀기가 최고의 운동일지도 모른다.

- 대강을 하거나 반이 바뀌어서 나와 처음 만나는 아이들 중에는, 수업 시작 때 걷기를 시키면 '왜 그렇게 쉬운 걸 나에게 시키나'하는 생각이 얼굴에 드러나기도 한다. 스스로는 잘 탄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렇게 반응하는 것인데, 정작 다른 걸 시켜보면 잘 못 탄다. 오히려 쉬운 걸 시켜도 정성껏 하는 아이들이 좀 더 어려운 것도 잘 한다.

- 직선에서 중립으로 후진 출발을 못하는 사람이 후진으로 에지를 연속으로 쓸 수 있을까?

- 수업 중에 수업 내용과 관련 없는 잡담을 하는 사람은 실력이 늘지 않는다.

- 한 반 내에서 실력 차에 따라 그룹을 나눠서 수업을 하다보면, 자기 아이가 실력에 비해 못 타는 아이들 그룹에 속해 있는 것을 보고 조바심을 내는 보호자가 간혹 있다. 느긋하게 지켜보고, 수업 마친 후에 상의하는 것이 좋다.

- 내 수업 시간 외에는 될 수 있으면 기술적인 조언을 하지 않으려고 한다. 먼저 물어오거나, 보고 있기에 너무 답답하면 조언할 때도 있긴 하다. 특히, 다른 선생님에게 개인 레슨을 듣고 있는 회원이 연습하다가 나에게 질문을 해오면 난처하다. 자칫하면 오해가 생길 수도 있으니. (대답을 안 해주니 섭섭하게 여길 지도 모르겠지만, 알려주기 싫어서 그런 건 아니란다ㅠ)

댄스 스케이트 센터 조정

주말이 되면 수업과 안전 근무로 스케이트를 오래 신게 되어서, 싱글용 스케이트를 신으면 주상골이 아프다. 댄스화는 사이즈가 넉넉해서인지 발이 편해서 점점 즐겨 신게되었다. 작년에는 댄스화를 신으면 금세 발이 저리고 아치가 아파서 불편했는데, 요즘에는 그렇지는 않다. 그런데, 요즘 들어서는 엄지 발가락 쪽에 힘이 몰리고 새끼 발가락 쪽은 압력이 느껴지지 않아서 좀 불편했다. 지난 주말에 오른쪽 날을 새끼 발가락 쪽으로 2~3 mm 가량 옮겨 달았더니 한결 나아진 느낌이다.

Sunday, March 12, 2017

새 학기가 되니 스케이트장 손님이 많이 줄었다. 내가 맡은 정규반도 지난 2월에는 학생이 넘쳐나서 수업을 듣고 싶어도 등록을 못 하는 경우도 있었지만, 이번 달에는 여유가 생겼다. 방학 중에는 개인 레슨을 몇 명 했다가, 그 후로는 끊겼다.

안전요원이 부족해서, 2월부터 주말에 안전 근무를 두어 시간씩 하게 되었다. 정규반에서 배우는 중학생 둘이 주말에도 나와서 열심히 연습하기에, 시간 날 때 조금씩 봐주고 있다. 일반 개장이 끝날 즈음에는 자리에 여유가 생겨서, 카나스타 탱고와 포틴스텝도 연습시켰다.

3월부터 일요일 아침에도 정규반이 두 개 생겼고, 그중 하나를 맡았다. 네 시간 후에 수업이니 곧 아침 식사와 출근 준비를 해야 한다.

새로운 책을 6월 말까지 번역하기로 계약했다.